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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사회의 다층적 불안을 시각화하다… 16인의 시선으로 엮은 사진전 ‘불안의 서’

정소희 기자
입력

모더니즘 문학의 걸작으로 꼽히는 『불안의 서』는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무명작가로 일생을 살았던 페루나투 페소아(Fernando Pessoa)의 작품이다.

 

미완성인 이 작품은 후대 작가들에 의해 엮여 출간되었다. 특이점은 명확한 서사가 없는 파편적인 글쓰기, 그의 일기 혹은 명상의 기록물이 어떻게 세계적인 명작이 되었을까 하는 것이다.

 

물론 미학적 관점에서 여러 이유가 있을 것이지만 대체로 인류가 외면하고 부정하는 불안이 인간존재의 본질임을 공감하게 하는 그의 몽상과 사유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인류의 진화 과정 자체에서 발견되 듯 불안은 단순히 일상적 초조함이 아닌 존재론적이라는 사실이다. 그로부터 인간의 문명이 시작되고 문화가 형성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번 전시 ‘불안의 서’는 페르나투 페소아의 작품을 모티브로 시작되었다.

 

물론 문학이 다루는 상상력의 깊이와 사진이 구현하는 재현의 직접적 긴장 관계는 다르다. 그리고 이 책의 내용이 불안에 대해서 직접적으로 서사화하지는 않는다.

 

언젠가 이 책을 읽으면서 주변 몇몇 사진가의 사진적 행위와 많은 부분 닮아 있다고 생각하곤 했다.

 

이들 작가는 아직 무명의 작가이며, 대체로 단조로운 일상을 살아가면서 파편화된 자아에 지배받기도 하지만 내면의 관조나 몽상을 드러내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또한 명확한 서사보다 파편적인 이미지에 열정을 함축시키는 경우가 허다했다.

 

그래서 이들은 현실 세계에 깊이 참여하거나 행동하는 대신 사색을 통해 세계를 표상하는 경우가 많아서 내적으로는 분열하고 소외되는 자아를 중심으로 관계를 탐색하는 속성이 있었다.

 

결과적으로 이 작가들은 자신 삶의 지나왔던 여정 속에서 표상된 불안을 드러내는 일이 페루나투 페소아처럼 자기 고백 속에 스며있는 듯하다.

 

그것은 사진 작업에 대한 강박, 하늘을 쳐다보는 우물이라는 두 개의 심연 자체가 존재론적 불안에 닿아있다.

 

인류의 역사 자체가 증명하듯 인간의 존재는 언제나 불안과 쌍생아였다. 어쩌면 우리의 인류 역사 자체가 불안의 존재를 극복하기 위한 과정이었다.

 

그래서 불안은 존재를 깨닫게 하는 경험이며 상생과 변화의 과정에 필연적인 중심축과 다름없다.

 

그렇다고 이 전시가 각 작가의 감정을 보여주는 것에 그치지는 않는다. 불안이 어떻게 시대와 사회 속에서 만들어지고 그것이 개인의 삶 속에 각인되는지를 확인하는 것, 그것이 바로 이 전시의 의도이다.

 

불안은 언급했 듯이 단순히 개인의 심리 문제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미 전쟁과 경제, 경쟁과 비교 문화, 인공지능과 노동의 변화는 현대인의 일상이 되었다.

 

시대적 조건의 급격한 변화는 개인의 심리 속으로 침투하며 지속적이고 새로운 형태의 불안을 생성한다.

 

이번 전시는 불안이 우리의 삶 속에 어떻게 침투하고 공존하고 있는지를 살펴볼 것이다. 이념의 갈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분쟁과 그에 따른 무고한 희생들의 역사(노태욱.이상일). 급격한 산업과 도시화의 과정에서 오는 인간소외(윤성열.박용락.조미향).

 

그 과정에서 쉽게 지워져 난민화된 비존재들의 침묵 (최상걸). 그 침묵에 깃든 연민은 무의식에 머물며 전생의 신화로 파편화 되어 떠오른다(김숙경).

 

나아가 동시대에 와서는 훨씬 미시적이고 다원화된 불안의 징후들이 산재해 있다. 입시나 성과주의를 넘어서 소비 사회의 충족되지 않는 욕망(박태희.장경순).

 

미디어의 무방비한 노출은 정서적 혼란을 야기한다(김나라). 이러한 현상들은 억압된 내면과 해방된 자아의 유아기를 구조화시킨다 (오영석).

 

이러한 불안의 다층화된 사회구조는 결국 인간의 존재 자체를 위협하게 되고(허영회) 단지 우울함을 넘어 심리학적 구조를 재편성한다(함윤분).

 

불확실한 현실 세계는 상실과 고립을 강제하고(도부선) 내면의 심연 속 불안을 견고하게 만들며(배은희) 결국 우리 무의식의 심층 속에 자리한다(박영희). 무한 반복의 순환이 구조화되어버린 불안의 사회 속에, 여기 참여하는 작가들 또한 부유하고 있다.

 

사진은 구체적 현상에 대한 직접적 매체라는 점에서 여러 층위를 통해 보이지 않는 정서를 시각화할 수 있는 특성이 있다.

 

현대 사회의 불안을 사진을 통해 다양한 시선으로 탐색하고 개인과 사회의 관계를 다시 질문하는 일은 의미 있는 일이다.

 

하지만 현실 세계에 부유하는 불안의 다양한 층위를 모은 이 전시는 불안을 제거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것과 함께 살아가는 방식과 회복의 가능성에 관한 질문이다. 결국, 사진은 미학이 던지는 질문을 현실 속에서 누설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 제목: 불안의서(不安의 敍. Narrative of Disquiet)

• 주최:  이상일 사진관
• 주관: 섬과물결(울산)사진의숲(포항)사진단체 우주(대전)
• 후원: 가기 갤러리. 송도 사진관. P.A.C 갤러리. 부산 갤러리

• 전시총괄: 강철행. 이영우. 손호경
• 전시운영: 노태욱 
• 큐레이터: 박용락. 배은희 
• 전시기획: 이상일
• 전시장소및 기간:
-울산문화 예술회관 2026. 9.1~ 9.7(오프닝 리셉션 2026. 9.1. 오후 6시
-포항 중앙아트홀 2026. 10. 2~10. 11
-대전 예술가의집 2026. 10. 13~10. 18(오프닝 리셉션 2026. 10.13. 오후 6시
• 부대행사: 사진가 노순택 특강(2026. 9.6  오후 2시. 울산 문화예술회관 회의실)

• 참여작가:
노태욱.도부선.박용락.배은희. 이상일. 윤성열. 조미향. 최상걸. 오영석 김나라.장경순. 함윤분. 허영회.김숙경. 박태희. 박영희       

정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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