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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나비, 정규 4집 'Sound of Music pt.2 : LIFE' 일문일답 공개..."2025년의 우리를 고스란히 담은 앨범, 후련함과 설렘이 함께했다"

김동수 기자
입력

가을의 서정과 함께 돌아온 밴드 잔나비가 정규 4집 'Sound of Music pt.2 : LIFE(사운드 오브 뮤직 파트2 : 라이프)' 발매 이후 진한 호평을 이어가고 있다.

 

타이틀곡 '첫사랑은 안녕히-'는 발매 직후 멜론 TOP100과 HOT100, 벅스 실시간 차트에 진입하며 잔나비의 음악적 신뢰와 서정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양희은, 악뮤(AKMU) 이수현이 각각 참여한 '잭 케루악'과 '마더' 역시 세대를 잇는 서사와 완성도로 리스너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정규 4집을 통해 '가장 잔나비다운 음악이자, 동시에 가장 새로운 잔나비'를 보여주고 있는 프로듀서 최정훈이 앨범에 얽힌 진심을 직접 전했다.

 

[이하 메인 프로듀싱을 맡은 잔나비 최정훈과의 일문일답]

 

Q1. 데뷔 11주년을 맞아 정규 4집 'Sound of Music pt.2 : LIFE'를 발표했습니다. 지난 시간을 통틀어 이번 앨범이 잔나비에게 어떤 의미를 남긴 작품이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또 이번 앨범에서는 어떤 이야기를 꼭 담고 싶었는지, 그 계기와 감정이 궁금합니다.

 

A. 시간이 지나면서 더 짙은 의미를 찾아가겠지만, 지금 당장은 후련한 감정이 큽니다. 그동안 쌓아온 오래된 습작 노트를 서랍에 고이 넣는 기분이 들기도 하고, 동시에 새로운 노트를 사러 문구점에 가는 듯한 환기감도 느껴집니다.

 

Q2. 'Sound of Music pt.1'이 '우주'를 향한 이야기였다면, 이번 'pt.2 : LIFE'는 '땅'을 딛는 이야기라고 표현했습니다. 두 앨범을 함께 들을 때 리스너가 가장 뚜렷하게 느꼈으면 하는 변화는 무엇인가요? 또 이번 앨범에서 특히 귀 기울여주길 바라는 리스닝 포인트가 있다면요?

 

A.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사운드입니다. pt.1은 전자적인 요소가 많이 담겨 있어 공상과학적인 이미지와 비일상적인 메시지를 표현하기 좋았고, 반대로 pt.2는 그런 부분을 많이 덜어냈습니다. 전자악기를 쓰더라도 인간적인 향수를 느낄 수 있도록 유도했고, 현실적인 단어로 일상의 메시지를 던지려 했습니다.

 

비일상과 일상, 공상과 현실의 대비가 이번 앨범의 구조를 이루는데, 특히 30대에 들어선 우리가 마주한 현실 자각, 그 감정을 담은 앨범이라고 생각합니다.

 

Q3. 잔나비는 늘 앨범을 하나의 이야기처럼 완성해 왔습니다. 이번 정규 4집에서는 그 서사를 어떤 방식으로 풀어내고 싶으셨나요? 전작들에 비해 음악적·서사적으로 가장 변화한 부분은 무엇인가요?

 

A. 하나의 이야기이지만, 각 곡이 개별적으로도 매력을 갖길 바랐습니다. 특히 pt.2의 경우에는 몇 개의 앨범에 걸쳐 탈락됐던 곡들이라 더 애정이 갔고, 그 기다림의 시간 자체를 가사로 의미화했습니다. 2017년에 썼던 '미아의 추억과 유니버스'가 대표적이에요.

 

그렇게 더 개인적인 방식을 선호했어요. 개인적인 것이 가장 독창적이라잖아요. 이 앨범을 파트로 나눈 것도 그 믿음에서 비롯된 거였어요. 오로지 우주와 땅, 이 두 개념과 2025년의 즉흥성에 의존해 앨범을 만들어 내면 내 개인적인 이야기들이 자연스레 나올 것 같았어요. 그 어느때보다 즉흥성이 강조된 앨범 작업 과정을 거쳤어요.

 

Q4. 'LIFE'는 일상의 감정과 회고를 담고 있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낭만'이라는 단어를 다루는 방식에도 변화가 있었을 것 같습니다. 지금의 잔나비에게 '낭만'이란 어떤 의미인가요?

 

A. 저에게 낭만은 보이지 않는 것을 읽어내는 일입니다. 한가로운 시간 속에서도, 바쁜 일상 속에서도, 어떤 상황에서도 낭만적 태도를 유지할 수 있는 건 타고난 능력이라고 생각해요. 저희에게 낭만은 삶을 대하는 기본적인 태도에 가깝습니다.

 

Q5. 지난 8월 데뷔 첫 KSPO 돔 공연을 성료하며 밴드로서의 커리어 정점을 찍었습니다. 그 무대 이후 완성된 정규 4집은 잔나비에게 어떤 의미로 남았나요?

 

A. 이번 앨범의 페르소나는 저 자신이자 잔나비 그 자체였습니다. 나와 음악, 잔나비와 팬들의 관계성이 중심이었죠. 2025년이라는 뜨거운 한 해를 완결 짓는 작품이기도 했습니다. 임무를 완수했다는 사실만으로도 굉장히 행복하고 뿌듯한 앨범입니다.

 

Q6. 11년 동안 잔나비의 음악은 인디 밴드의 성장기록이자 한 세대의 청춘 서사로 여겨졌습니다. 이번 앨범으로 팬들과 리스너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A. "우리는 잔나비와 동시대에 살고 있다"는 말을 들을 때 가장 행복했습니다. 그런 분들에게 이 시대의 족적을 남기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그래서 더 성실히, 더 좋은 작품으로 이 시간을 기록하고 싶습니다. 언젠가 지금을 돌아볼 때, 그 시절의 우리를 다시 마주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히 벅찰 것 같습니다. 그때까지 잔나비를 곁에 두셨으면 좋겠습니다.

 

Q7. 이번 앨범은 사운드 면에서도 전보다 훨씬 풍성하고 클래식한 결을 보여줍니다. 잔나비가 생각하는 '잔나비다운 사운드'는 여전히 같은 방향에 있나요, 아니면 조금씩 바뀌고 있나요?

 

A. 시기마다 조금씩 달라집니다. 그래서 두서없는 방향성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매 앨범마다 저희 다운 결과물을 만들어왔다고 생각해요. 다만, 시간이 지날수록 많은 분들이 말하는 '잔나비다운 사운드'의 윤곽은 점점 더 뚜렷해지고 있습니다. 그 상이함을 어떻게 조율해 나갈지는 여전히 남은 숙제입니다.

 

Q8. 잔나비는 매 앨범마다 현실의 시간과 음악적 환상을 교차시키는 구조를 보여왔습니다. 이번 앨범에서 '현실'과 '환상'의 균형을 잡은 포인트가 있다면 어디인가요?

 

A. 곡을 쓸 때 머릿속에 그려둔 이미지에서 시작됩니다. 그 이미지에 따라 자연스럽게 소리의 질감이 달라져요. pt.1에서는 전자사운드로, pt.2에서는 어쿠스틱하게 그려냈죠. 편곡은 곡의 옷이 아니라 곡의 첫 이미지를 재현하는 일이라고 생각하며 작업했습니다.

 

가사 역시 그 이미지에 따라 달라집니다. pt.1은 만화의 대사를 떠올리며 썼고, pt.2는 시와 수필 사이의 현대문학을 생각하며 작업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우주'와 '땅'이라는 개념이 자연히 그 방향을 정해준 셈입니다.

 

Q9. 긴 활동을 이어오며 팀워크나 작업 방식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을 것 같습니다. 정규 4집을 만드는 과정에서 멤버 간에 새롭게 자리 잡은 호흡이나 역할이 있었나요?

 

A. 특별한 변화는 없었습니다. 각자 되는 사람이 되는 일을 맡는 식이었죠. 다만 이번 앨범에서는 의도적으로 손을 빨리 뗐습니다. 즉흥성을 살리기 위해서요. 그 반작용으로 다음 앨범은 좀 더 진득하게 작업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늘 그렇듯, 앨범마다 방식은 달라지기에 고정된 역할은 없습니다.

 

Q10. 앞으로 'Sound of Music' 시리즈가 어떻게 기억되길 바라시나요?

 

A. 저에게 'Sound of Music' 시리즈는 2025년의 파편 같은 앨범입니다. 그만큼 기억할 일이 많은 한 해였어요. 언젠가 이 노래들을 다시 들을 때, 이 시절의 우리가 자연스럽게 떠오르길 바랍니다. 팬분들과 함께한 모든 순간이 이 안에 담겨 있으니까요.

 

Q11. 이번 앨범을 "걸으며 만들었다"고 하셨습니다. 실제로 걷는 시간과 동선이 멜로디나 가사에 어떤 영향을 줬는지, 그 루틴이 궁금합니다.

 

A. 한국에서는 걷기가 쉽지 않아요. 알아봐 주시는 분들이 많으니까요. 그래서 주로 제가 좋아하는 도시, 뉴욕에서 많이 걷습니다. 걷기 좋은 환경이기도 하고, 이방인이 되어 사람들을 관찰하기에도 좋습니다. 

 

가사를 채워야 할 곡의 인스트 버전을 들으며 걷다 보면 그 곡에 어울리는 장면들이 자연히 눈에 들어와요. 수첩에 적거나 흥얼거리며 기록하죠. 하루를 마무리할 땐 오늘의 문장 하나쯤은 밑줄을 칠 게 생깁니다. 그런 조각들이 모여 곡이 완성됩니다.

 

Q14. 양희은이 참여한 '잭 케루악'과 악뮤 이수현이 함께한 '마더'는 세대를 잇는 협업으로 화제를 모았습니다. 두 곡을 통해 잔나비가 그려낸 '세대 간의 공명'은 어떤 정서에서 비롯됐고, 두 아티스트가 그 감정을 어떻게 완성시켜줬다고 느끼시나요?

 

A. 양희은 선생님은 제게 늘 '어른을 대표하는 목소리'였습니다. '잭 케루악'을 쓸 때 제 또래의 이야기를 담았지만, 어느 시대든 청춘기의 불안정함은 존재한다고 생각했어요.

 

선생님과 함께 부르면 진짜 청춘의 이야기로 완성되리라 느꼈습니다. 녹음 중 "잭 케루악 책 읽어봤니? 히피의 아버지지~"라고 말씀하셨는데, 그 순간 이 작업이 제 인생 최고의 선택이었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단 네 테이크 만에 모두를 울리셨죠. 그 경험은 제 음악 인생의 가장 큰 순간입니다.

 

이수현 씨와의 작업은 또 다른 의미로 특별했습니다. 2018년 캐럴 이후 같은 녹음실에서 다시 만나 작업을 하니, '우리 모두 잘 어른이 되어가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번엔 훨씬 편하고 크리에이티브한 분위기였고, "이 곡에선 내가 엄마라는 거지?"라며 바로 목소리 질감을 바꾸던 표현력에 모두가 감탄했습니다. 한 달 전 급히 부탁드렸는데도 흔쾌히 응해주셔서 정말 고마웠습니다.

 

Q15. 타이틀곡 '첫사랑은 안녕히-'는 잔나비 특유의 서정과 오케스트레이션이 어우러진 곡입니다. '첫사랑'이라는 익숙한 주제를 새롭게 들리게 하기 위해 가장 중점을 둔 음악적 장치가 있었다면요?

 

A, '첫사랑'을 다룰 때 유치함과 미숙함 사이의 줄타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가장 고민이 깊었어요. 틀에 박힌 발라드는 피하고 싶었고, 그래서 곡에 꽤 많은 전조를 넣었습니다. 예상치 못한 전개가 오히려 훅이 되도록 설계했죠. '이른 시절 속에 우리가 아녔더라면' 이 부분이 그 포인트입니다.

 

또 풋풋함 속에 쓸쓸함을 더하기 위해 1절 후렴의 끝을 단조로 마무리했고, 아는 맛을 보여주는 듯한 확장감으로 아웃트로를 펼쳤습니다. 이 작업은 정말 즐거웠어요. 곡을 끝내기가 아쉬울 정도로요.[사진 = 페포니뮤직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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